眞理와 求道者/이슬람 관련

[스크랩] ‘악의 축’ 이란은 혈맹이다 (경향신문 기사)

心中火熱頭腦冷精 2013. 2. 21. 07:35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악의 축’ 이란은 혈맹이다

이기환 문화·체육에디터

 

 

경주 구정동 무덤의 네 모서리에 눈이 깊고 코가 큰 무인상의 모습이 이채롭다. 전형적인 서역인이다. 그런데 가죽장화를 신은 이 무인이 나무 하나를 들고 있다. 무슨 나무일까.

“<쿠쉬나메>에서 페르시아 이주민들과 신라인들이 폴로(격구) 경기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잖아요. 바로 폴로 경기용 스틱(사진)을 연상시킵니다.”(이희수 한양대 교수)

 

이 교수는 최근 이란에서 발굴된 대서사시(<쿠쉬나메>·7세기)를 언급하고 있다. <쿠쉬나메>는 신라로 망명한 페르시아 왕족(아비틴)이 신라 공주와 혼인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훗날 이란의 영웅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구전으로 전해진 이 서사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황된 이야기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5~6세기 신라 황남대총 북분에서 나온 ‘커트 글라스’, 즉 무늬를 새긴 유리는 전형적인 사산조 페르시아 계통의 유물이다. 또 출토된 은잔에는 고대 이란의 중심 여신인 아나히타를 연상시키는 여신상이 조각돼 있다.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국가의 정신적인 통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신이 그릇이나 도구에 조각돼 있다면 그것은 일반교역품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고위층의 신앙의례나 국가통치의 상징으로 사용됐을 겁니다. 그렇다면 신라와 사산조 페르시아 왕실 사이에 고도의 교류행위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이희수 교수)

신라에서는 또 페르시아산 에메랄드인 ‘슬슬(瑟瑟)’과 페르시아 카펫인 ‘구수’와 ‘탑등’ 등이 해외 명품으로 대유행했다. <쿠쉬나메>는 “신라왕이 페르시아 왕족과 ‘황금왕좌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고 했다. 황금왕좌에 앉았다? 이 역시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신라=황금나라’였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신라의 전성기 경주엔 39개의 금입택(金入宅·금으로 치장한 저택)이 있었다”(<삼국유사>)고 했을까.

중세 아랍 지리학의 거장인 알 이드리시는 “신라에서는 개목걸이도, 원숭이의 목테도 황금”이라고 했다(1154년). 지리학자 알 카즈위니는 한 술 더 떴다(1250년).

“신라인의 외모는 가장 아름답다. 집에선 용연의 향기가 난다. 한번 들어온 이주민은 정착하고 싶어한다.”

페르시아 왕족이 신라에 정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라’ 공주와 혼인했다는 <쿠쉬나메>의 내용은 그렇게 허황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이 순간부터 남의 장단에 맞춰 이란을 ‘불량국가’ ‘악의 축’으로 폄훼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혹 1400년 전 맺은 ‘혈맹’일 수도 있지 않은가.

출처 : 시리아-콥트 언어문명
글쓴이 : yumgok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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