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理와 求道者/교회생활 전반

[스크랩] [한수진의 SBS 전망대] 이해인 수녀

心中火熱頭腦冷精 2013. 12. 19. 14:59
[한수진의 SBS 전망대] 이해인 수녀 "교통카드와 주민등록증이 전재산"
http://media.daum.net/v/20131219094806428

출처 :  [미디어다음] 사회일반 
글쓴이 : SBS 원글보기
메모 :

 

▷ 서두원/사회자:

수도자이자 시인의 길을 걸어온 이해인 수녀. 암 투병 중에도 명랑하게 아프자며, 소녀 같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이해인 수녀가 벌써 내년이면 고희를 맞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40년 시 인생을 정리한 시 전집도 출간을 했는데요. 오늘 아침 이해인 수녀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해인 수녀:

안녕하셨어요.

▷ 서두원/사회자: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겨울바람이 찬대 건강 어떠신가요?

▶ 이해인 수녀:

건강은 뭐, 힘들어도 일상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어느 인터뷰에서 이해인 수녀께서, 단 한 번도 제가 훌륭한 시인이라고 여긴 적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데 그러면 어떤 생각,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십니까?

▶ 이해인 수녀:

저는 그냥 독자 입장에서 문학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쓰는데 많은 독자 분들이 사랑해주시니까 그렇지, 너무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는데, 저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뜻이죠.

▷ 서두원/사회자:

메모장을 늘 갖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요새 어떤 메모를 주로 하시게 됩니까. 하루 돌아다니면서 메모를 하다보면요.

▶ 이해인 수녀:

이별이나 슬픔, 만남과 이별의 신비에 대한 그런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 서두원/사회자:

그렇다면 말이죠. 요즘, 안녕이라는 단어가 사람들한테 특별해졌는데, 대학생 대자보부터 시작을 해서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아니면 안녕하지 못하다. 이런 말에 대해서요.

▶ 이해인 수녀:

우리나라 말에 안녕이라는 말을 다 좋아하고 많이 쓰잖아요. 그게 이번에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고, 복수형이 들어갔잖아요. 안녕'들' 하십니까? 그게 갑자기 새롭게 부각이 되면서 나뿐만 아니라 나라의 안녕과 다른 사람의 안녕도 같이 헤아려야 하겠다는 그 마음에 불을 붙여준 것 같아요, 그 대자보가. 그래서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하는 사회가 되도록 그 언어가, 언어가 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서두원/사회자:

그런데 이런 대자보라든지, 안녕들 하십니까. 이런 유행이 일종의 선동 아니냐,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는 않은데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해인 수녀:

선동이라고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저는 그 대학생의 마음을 순수하게 보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던데요.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 개인은 참 좋았어요.

▷ 서두원/사회자:

이해인 수녀께서 암 투병을 하셨지만 이제 내년에 70, 고희를 맞으시는데 요즘 70은 외람된 말씀이지만, 나이도 아니다, 젊다. 이런 말이 많거든요. 그런데 벌써 유언장을 써 놓으셨다고요.

▶ 이해인 수녀: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 서두원/사회자:

어떤 내용으로 쓰셨습니까?

▶ 이해인 수녀:

아니, 제가 글을 많이 써서 지적 소유권을 갖고 있으니까 이런 모든 지적 소유권에서 발생하는 유입과 금전적인 모든 부분을 공동 일임한다는 것과 제가 남겨둔 작품이 있다면 그 처리권도 공동 일임하고 또 제가 만일 죽으면 장례식은 간소하게 관례대로 한다. 대충 그런 내용들이죠.

▷ 서두원/사회자:

시집도 내고 그래서 인세도 꽤 받으시고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가지셨을 것 같은데 갖고 있는 재산은 딱 하나뿐이라고요?

▶ 이해인 수녀:

아니, 그러니까 카드로 결제를 하는데, 교통카드하고 주민등록 카드가 전부라고, 그렇게 말을 한 것이죠. 체크카드라든가 그런 게.

▷ 서두원/사회자:

카드 두 개.

▶ 이해인 수녀:

공동소유를 철저히 하니까 우리가, 가난하지만 필요한 것은 공동체가 채워주니까요.

▷ 서두원/사회자:

그러면 마음은 어떻습니까. 가난하십니까, 부유하십니까.

▶ 이해인 수녀:

마음은 자유로우니까 떳떳하고 부유하다고 봐야죠.

▷ 서두원/사회자:

마지막으로, 동화를 쓰고 싶다. 시가 아니라 왜 동화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셨나요?

▶ 이해인 수녀:

아, 어렵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제가 능력이 없는 것을 아니까 꿈으로만 갖고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봐요. 그게 잘못전달이 되어서, 제가 너무 좋아하지만 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어려워서.

▷ 서두원/사회자:

벌써 2013년도 저물어 가는데 말이죠. 하루하루 사는 것이 답답하고 팍팍하다. 내년에는 또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하시는 분들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 어떤 말씀해주시고 싶으십니까.

▶ 이해인 수녀:

제가 쓴 시 중에서 한 마디 대신하고 싶어요.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 감사만이 기도입니다. 기도 한 줄 외우지 못해도 그저 고맙다고 되풀이하다보면 어느 날 삶 자체가 기도의 강으로 흘러 가만히 눈물 흘리는 자신을 보며 감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을 새롭게 감사하면서 살 수 있는 새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이해인 수녀님의 <감사예찬>이라는 시 맞죠?

수녀님. 좋은 시 직접 읽어주셨는데.

▶ 이해인 수녀:

감사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소한 것에서 감사를 발견하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하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좋지 않은, 곱지 않은 말을 해도 되돌려서 나쁜 말을 하지 않는, 오는 말이 안 고와도 가는 말을 곱게 해서 아름다운 사회가 되도록 정화시키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또 이해인 수녀께서는, 요즘 애착이 가는 것은, 산책하며 줍는 솔방울과 조개껍데기 같은 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흔한 것들 아닙니까?

▶ 이해인 수녀:

흔하지만 저에게는 귀하더라고요. 좋은 책들하고, 솔방울에서는 산에 가지 않아도 쉽게 향기가 나고 조개껍질은 매번 바다에 가지 않아도 바다를 느끼게 해주고 그런 사소한 것들을 옆에 두면서 그런 사소한 것에서 우주를 보고 그런 마음을 배우고 싶어서요. 소중하게 여기는 거죠, 모든 것을.

▷ 서두원/사회자:

이런 말씀 다시 여쭙게 되어서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닌데 암 투병 완전히 끝나신 겁니까?

▶ 이해인 수녀:

아닙니다. 계속 다른 혹들이, 결장인가 뭔가, 발견된다고 해서 관찰하고 있고요. 완치라는 것은 사실 어려운 것 같아요. 암 환자들에게는요.

▷ 서두원/사회자:

처음 암 치료 하신 게 몇 년 전이시죠?

▶ 이해인 수녀:

5년 되었는데 5년 되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날 그 날 더 나빠지지 않는 것에 감사하면서 사는 그런 입장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 서두원/사회자:

암세포와 대화를 나누신다면서요? 어떤 대화를 나누시나요?

▶ 이해인 수녀:

아니, 어떤 면에서 제가 건강관리를, 몸을 잘 못 관리해서 나빠진 부분도 있으니까 미안하다고, 내가 좀 더 운동도 하고 잘 관리를 했으면 안 생겼을 암 세포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참아달라고, 암세포한테 미안하다고, 그렇게 나쁘게 싸우니까 사이좋게 잘 지내자고 유머러스하게 그렇게 살다보면.

▷ 서두원/사회자:

그렇게 이야기를 던지면 암세포는 뭐라고 대답을 하던가요?

▶ 이해인 수녀:

그냥 알았다고(웃음) 하는 것 같아요.

▷ 서두원/사회자:

(웃음) 하는 것 봐서 잘 해보겠다고 그럽니까?

▶ 이해인 수녀:

(웃음)네. 내 맘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언제나 각오를 하라고.

▷ 서두원/사회자:

그렇군요. 각오를 하랍니까? 그 각오는, 각오를 하고 쭉 편안하게 사시면 되죠.

▶ 이해인 수녀:

그럼요. 하늘나라로 이사 간다는 표현을 하니까 죽는다는 말 보다 왠지 편해요. 일을 마치고 하늘나라, 저쪽 집으로 이사 간다고 생각하니까.

▷ 서두원/사회자:

네. 오늘 하루 아침, 이해인 수녀님의 따뜻한 말씀 들으니까 기분이 포근해집니다.

▶ 이해인 수녀:

네. 좋은 하루 되십시오.

▷ 서두원/사회자:

네. 수녀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해인 수녀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