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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안한 말씀 / 박이화

心中火熱頭腦冷精 2014. 1. 19. 04:04

 

 

 

 

 

미안한 말씀 / 박이화

 

 

평소 가슴 노출을 병적으로 즐기던
미모의 탤런트 겸 여배우가
이번엔 거의 전라의 차림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후끈 달구고 있다
나, 뜨거운 여자···
이건 그녀 생각이겠지만
병이 깊으니 약도 없구나···
이건 내 생각이다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시폰 드레스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난 여체
관상학적으로 숱 많은 머리칼이라면
무성하고도 무성해야할 그곳이
잘 깎여진 잔디처럼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다
그러나 <잔디를 밟지 마시오> 같은
마지막 금제선도 없이···

 

미안한 말씀이지만
금지된 욕망이 없는 몸이란
바람 앞에 꽃잎 오므릴 힘이 없는 꽃
괄약근 열린 꽃
다시 말해 생의 탄력을 잃은 꽃
아시다시피 모르시다시피
꿀과 타액처럼 달디단 것은
죄다 끈끈한 흡착력이 있다
때문에 미안하고도 대단히 미안한 말씀이지만
요실금 앓듯 주르르 흐르는 꽃잎에
더 이상 호기심의 벌 나비란 없다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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