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대학생·대기업 직원·교사 "난 무슬림" 커밍아웃…불편한 시선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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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대기업 직원·교사 "난 무슬림" 커밍아웃…불편한 시선은 여전
매일경제 입력 2012.09.07. 17:19 수정 2012.09.07. 19:25◆ 성큼 다가온 이슬람 ◆지난달 말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국 이슬람서울중앙성원. 이날 '주마(금요합동예배)'를 인도하는 이맘이 "알라 후 와크바르(알라는 위대하시다)"를 외치자 수백 명의 신도들이 일제히 절을 하고 기도를 한다. 모두 네 번 절을 한 뒤 10여 분이 지나자 예배를 마무리하고 예배당을 빠져나온다. 이들 중 이슬람 교명이 '알리야'인 윤은노 씨(38)는 이슬람을 통해 터키인 유학생인 장후세인 씨(42)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장씨가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시절 펴낸 '아름다운 이슬람'이라는 책자를 윤씨가 애독했고, 이슬람성원에서 만난 뒤 사랑을 쌓아 2006년 결혼에 골인했다. 남편 장씨는 한국으로 귀화했다.



윤씨는 "(결혼해서)출판사를 하기 전엔 대학강사를 했는데 평소에는 이슬람 복장을 하지 않고 예배 때만 썼다. 하지만 개인사업을 하는 지금은 늘 이슬람 복장을 한다"면서 "처음에는 부모님과 갈등이 있었지만 교리에 따라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신 뒤로 화해했고 이제는 든든한 응원군 역할을 해주신다"고 했다.
윤씨는 목과 머리만 가리는 '히잡' 차림이었다.
요즘 중앙성원 주변 이태원 일대에서 윤씨처럼 '히잡' 또는 '니캅' 복장을 한 한국 여성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이 이슬람식 인사법을 나누는 것도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영문학을 전공한다고 소개한 한 대학생(23)은 "무슬림 친구들을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이슬람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은 누구보다 독실한 종교인이 됐다"면서 "주위에 한국인 무슬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휴학 상태로 다음달에 입대한다.
그는 "이미 무슬림 중에 입대한 사람이 많다. 이들이 군복무와 종교생활을 차질 없이 잘하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안 한다"고 했다.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테러와 여성차별 등 이슬람에 대해 너무 안 좋은 얘기만 들었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에서 이슬람을 공부하다가 푹 빠져들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직 기도시간을 엄격히 지키지는 못하고 있다. 교실이나 학교에서 기도를 하는 게 쑥스러워서다. 그는 "집에서 기도를 몰아서 한다"고 했다.
그는 "아직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있지만 아르바이트할 때 '종교란'에 무슬림이라고 써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우리 사회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한 여성은 자신이 무슬림임을 회사 내에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빈 사무실에서 커피타임과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하루에 두 번씩 기도를 한다.
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또 다른 여성은 아직 무슬림임을 주위에 밝히지 않았지만 빈 교실에서 기도를 올린다.
대구에서 우유 배달업을 한다는 30대 남성은 차에다 우유를 섞어서 먹는 습관이 있는 인근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우유를 배달하면서 귀동냥으로 이슬람 교리를 듣다가 신앙고백을 했다.
비신도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성원에 이슬람 예배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한국인은 매달 3000명에 달하며 주말에 집중적으로 몰린다. 이 모씨(55)는 "중동과 교류가 잦아 자연스럽게 이슬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이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했다.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정 모씨(47) 부부는 "교리적 차이 등을 이해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의외로 한국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이슬람선교센터는 매번 기도를 하기 전 커튼을 친다. 모든 창문에는 두꺼운 커튼이 달려 있다. 기도 때 코란을 낭송하는데 그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주변이 주택가이기 때문이다.
무슬림이 늘면서 이처럼 이슬람 기도소 '무살라'를 주택가에서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됐다.
서울 성수동 2가 3동에 위치한 성수동 무살라 주변에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성수동 무살라는 평소에는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지만 합동예배가 있는 금요일 낮만 되면 상황이 확 달라진다. 인근 슈퍼마켓과 미용실 주인들에게는 무슬림들이 모자를 쓰고 치마 같은 넓은 흰옷을 입고 다니는 풍경이 익숙하다.
국내 무슬림이 과거보다 많이 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편견은 깊다. 복장이 눈에 띄는 여성은 외출이라도 하려면 여간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외출할 때 늘 무슬림 복장을 한다는 30대 여성은 "예전에는 지하철을 주로 탔는데 협박하는 사람까지 있었다"며 "요즘은 웬만하면 노출을 꺼린다. 그래서 택시를 탄다"고 털어놨다.
임시직은 몰라도 정식취업은 사정이 다르다. 그는 "수도 없이 원서를 냈지만 한번도 합격한 적이 없다"며 "입사원서 종교란에 이슬람이라고 적었는데 회사 측에 문의해보니 '무슬림은 좀 곤란하다'고 답하더라"고 했다.
경찰들도 이슬람 동태를 주기적으로 살핀다. 주요 지역 기도소에는 인근 경찰서에서 나와 어떤 일을 하는지, 누가 오는지를 조사해 간다. 새벽기도 소리로 인해 민원이 들어오는 일도 빈번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 종교인들과의 갈등은 심각한 편이다.
중앙성원 측은 "3주 전 외국인 무슬림과 성원을 찾아온 다른 종교 신자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주변 상인은 "소동이 생기면 경찰이 출동하지만 그냥 서 있다가 되돌아간다"고 전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연합회는 2~3년 전부터 국내 종교 지도자 모임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를 통해 종교 간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생활 속에 종교색이 강한 이슬람교가 어떻게 '한국화' 과정을 거칠지 주목된다. 이슬람은 돼지고기와 술을 금지하고, 하루 다섯 번 예배한다. 유일신을 믿어 제사도 허용하지 않는다.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의 뿌리는 같다. 유대교는 하느님이 유대인을 특별히 선택했다고 주장하며, 기독교는 아들(예수)이 계신 하느님, 이슬람은 혼자 계신 하느님을 믿는다.
이슬람은 예수가 아브라함과 모세처럼 하느님이 선택한 선지자며, 마지막 선지자가 마호메트라고 믿는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 천주교의 삼위일체설을 부인한다.
구약과 신약은 원본도 없어 왜곡된 것이며, 예언자 무함마드에 계시한 '코란'이 100% 하느님 말씀이라고 한다.
△이맘=집단 예배를 이끄는 지도자를 지칭. 이슬람 학자에 대한 존칭으로도 사용. △할랄=이슬람에서 허용하는 사항. 율법에 따라 도살된 양고기ㆍ쇠고기ㆍ닭고기와 모든 채소ㆍ곡류, 해산물을 할랄 음식이라 한다. △무살라=소규모 예배소. △여성 복장=히잡(얼굴이 모두 드러나는 두건), 차도르(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외투), 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덮는 복장), 부르카(온몸을 덮고 눈 부분도 망사로 가린 옷).
[배한철 기자 /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