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이 사는 세상을 관찰하라
http://media.daum.net/v/20140520113013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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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결혼육아
글쓴이 : 여성중앙 원글보기
메모 : 사춘기 아이들이 사는 세상을 관찰하라
사춘기 아이들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금은 공공연히 사용하는'중2병'이란 말은 일본으로부터 시작됐고, 미국은 몇 년 사이 사춘기 아이들을 탐구한 책들이 주목을 받으며'10대 세계'가 연구?토론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다양한 담론 가운데'사춘기 아이들은 골칫덩어리' '사춘기 반항심은 호르몬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소년, 소녀들이 사는 혹독한 세계를 리얼하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흥미로운 시각이 눈에 띈다.
미국의 사춘기 아이들의 문제에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미국에서 십대를 가장 잘 이해한다고 평가받는 청소년 전문가 로잘린드 와이즈먼이다. 와이즈먼이 처음 내놓은 화두는 소녀들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실제 소녀들이 사는 세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아 펴낸 책 『여왕벌과 추종자들』(Queen Bees and Wannabes; 소녀들 세계에서의 계급을 뜻한다)은 출간 후 베스트셀러가 됐고, 드물게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으로 만들어져 소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책, 영화 등을 통해 그동안 10대 소녀들을 옭아맸던 불문율을 언급함으로써 소녀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도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여기서 소녀들의 불문율이란, 일단 외모적인 면을 살펴보면 '섹시하면서 깡말라야 하고, 친구들 사이에선 튀어 보이도록 반드시 남자 친구가 있어야 한다' 등이다.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에게 쥐어지는 바비 인형, 브라츠 인형 등의 모습 뿐 아니라 '여자라면 ~해야 한다'는 사회의 메시지 속에 소녀들은 항상 규제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규제와 강압적인 메시지 속에서 소녀들은 부모와 갈등을 빚고 자기가 속한 그룹에서 계급을 나누게 된다. 이렇게 사춘기 소녀들의 세상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소년들의 세상을 알고 싶다는 의견이 빗발쳤고 이에 와이즈먼은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경험을 더해 책 『아들이 사는 세상』을 펴냈다.
160명의 소년들을 심층 인터뷰해 만든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도 번역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워싱턴 D.C에 머물고 있는 와이즈먼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세상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물었다.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위로받기 원하는 아이들
소년, 소녀들은 왜 사춘기에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될까. "14세에서 16세 사이의 아이들은 사회나 주변의 시스템을 스스로 인지하게 되고, 그것을 따르던 따르지 않던 대부분 그것에 대해 강한 의견을 드러낼 만큼 성숙해집니다. 그런데 주위 어른들이 자신들의 의견에 대해서, 혹은 기분을 나타낼 권리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경험이 쌓였을 때 아이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원인이 되죠."
아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와이즈먼은 반항적으로 보이는 것과 적대적으로 보이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반항적인 것은 주변 사람들이 정해 놓았거나 허락한 방법, 또는 기대하는 길과는 다른 길로 가려고 하는 거예요. 그것은 부모나 사회에 나쁜 마음을 품고 하는 행동이 아닐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심한 반항을 하더라도 그 숨은 의미를 이해한다면, 아이가 하는 표면적인 행동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 진심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와이즈먼은 남자아이의 세상과 여자아이의 세상을 분리해 탐구했지만 "결국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표현하는 행동이 다를 뿐, 필요한 것은 같다"고 말했다.
그 시기에 모든 아이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고, 건강한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 그래서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받기 쉽지만, 그만큼 격려와 위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
"남자아이, 여자아이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진심으로 다가가 그들의 세상을 관찰하는 거죠.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진정성을 갖고 물어봐주는 것이 소년, 소녀들이 원하는 겁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려 하거나, 어린 아이 취급을 하며 무시하는 거죠. 부모부터 아이들을 둘러싼 모든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을 압박하는 규칙 상자들을 살필 것
그렇다면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사는 세상은 어떻게 관찰해야 할까. 와이즈먼은 소년, 소녀를 가두는 '남자 규칙 상자' '여자 규칙 상자'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집단에서 강요하는 성적 규율, 기대감들에 둘러싸여 자라게 된다.
여자라면 "여자답게 행동하라", 남자라면 "남자답게 행동하라"는 식이다. 이런 메시지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사고와 말,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것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사춘기에 갈등으로 빚어지게 된다.
와이즈먼은 재밌는 실험을 했다. 사춘기 남학생들에게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행동할까요?"라고 물은 것.
아이들은 칠판에 그려진 상자 안에 '재미있다' '강인하다' '나태해 보이는데 성적이 좋다' '냉정하다' '돈이 많다' '키가 크다' 등의 대답을 썼다. 반대로 '항상 무시당하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행동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아이들의 대답을 상자 밖에 정리하면, '눈치가 없다' '신체?정신적 결점이 있다' '가난하다' '스타일이 후지다' '고자질한다' '여자애처럼 군다' 등이었다.
남자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자 규칙 상자'('폴 키벨'의 패러다임)에 맞게끔 행동하고 말해왔던 것. 이 남자 규칙 상자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압력을 가한다. 아이들 스스로 상자 안 속성에 많이 부합하는 아이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상자 밖 속성이 많은 아이들은 무시하게 되는 것.
이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계층 구조가 생기기도 한다. 대개는 남자 규칙 상자의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상위 10%층과 '일반 대중' 역할의 75%, 맨 아래에 위치하지만 집단에 강하게 소속돼 있는 바닥층 10%, 다양한 이유로 경계를 맴도는 경계층 5%로 구성된다고 한다.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자다움의 가치를 많이 갖춘 아이가 우두머리가 되고, 그 아래로 준우두머리, 경호원, 개그맨, 샌드백, 챔피언 등의 역할을 맡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많은 어른이 암묵적으로 규칙 상자 안의 속성을 많이 갖출수록 성공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자아이들에게도 여자 규칙 상자가 작용하고 그것이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가혹한 세상을 만든다. 하지만 많은 엄마가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성적 취약함, 안전 등에 대해 미리 걱정하기 때문에 기존 규칙 상자 안의 메시지들에 대해 의식적으로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딸이 핑크색이 좋다고 하면, "여자들도 어떤 색이든 좋아할 수 있다"고 말하고, 누군가 딸의 몸무게를 언급하면 그 말을 막고 다른 좋은 점을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들을 둘러싼 메시지에는 둔감한 엄마가 많다.
어릴 때 총과 로봇을 가지고 놀다, 사춘기가 되면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남자다운 외모를 갖추기를 원하는 식.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들이 아이들을 규칙 상자 속에 가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건강한 가치관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어떻게 규칙 상자 속에서 꺼낼 수 있을까. 와이즈먼은 먼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 속에 규칙 상자의 메시지와 속성이 들어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것을 권했다.
"예를 들어 조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아들에게 '키가 참 크다' '덩치가 좋다'고 자주 말한다면 '아이가 얼마나 키가 큰지 보다 잘하는 걸 칭찬해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아이의 진짜 멋진 점은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거예요'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아들은 '남자다움'에 대해 강요받는 대신, 자신이 잘하는 것에 대해 엄마가 기특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게 되죠."
이렇게 작은 행동과 말이 아이의 성장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싶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 사춘기를 현명하게 나는 데 도움을 준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자신을 개별적 존재로 가치 있게 여긴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문제에요. 물론 이것은 부모의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저도 11세, 13세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데,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고민을 안고 삽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제게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는 거죠. 그 시기의 아이들은 거만한 것을 '남자다운 것'으로 착각하곤 하지만,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자신감이 넘치는 것'과 거만함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모르는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은 부족한 게 아니고,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일러줄 필요가 있어요.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는 것도요. 건강한 가치관에 대한 대화가 많이 필요하죠."
와이즈먼은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식에게 전해줘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많은 부모가 어른을 공경하고, 학교 생활을 잘하며,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자랑스럽게 생활하기를 원해요. 아마 한국의 많은 부모도 그렇겠죠. 하지만 표면적인 부분에서 성공하는 것(좋은 성적을 내거나, 여러 분야에서 성취감을 느끼거나,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 등)과 아이가 의미를 갖는 것(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것 등)은 큰 차이가 있어요. 이 부분이 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느끼기에 부모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본인들의 욕심을 위해 자신이 성공하길 원하는 것 같다면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가능성이 크죠."
갈등을 일으키기 전, '감정 소통'하는 법
와이즈먼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그 가족만의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힘든 시기에, 쉽지 않은 주제를 놓고 대화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 관해 아는 것, 부모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음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고민되는 상황에 조언을 구하는 것 등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고 문제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감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와이즈먼은 자녀와 부모, 혹은 갈등을 빚은 사람끼리 분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SEAL' 전략을 소개했다.
첫째는 '일단 멈추고 상황 설정하기'(Stop and Set it Up)다. 심호흡을 하고 보고 듣고 생각하라. 상대를 공개적으로, 사적으로 대면할지를 생각한다.
둘째는 '설명하기'(Explain)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걱정되는 일인지 아닌지 등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진술해본다.
셋째는 '확인하고 인정하기'(Affirm and Acknowledge)로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당신이 문제에 일조했다면 인정한다.
마지막은 '마감하기'(Lock in)로 상대방과 어떤 사이로 지낼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물론 이 전략이 항상 통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갈등 해결의 시작임은 분명하다.
아이의 사생활, 어떻게 접근할까
많은 엄마가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등에 빠져 사는 아이를 구출해내고자 시간 규제를 하거나 금지령을 내리느라 바쁘다. 하지만 와이즈먼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춘기 문제에 집중하는 사이에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진짜 문제 요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SNS,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
_와이즈먼은 아이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열심히 하는 것은 "공원이 많은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친구들이 모두 모인 것 같은 한 공원에 가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말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온라인 활동에 대해 큰 문제점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옷, 음악 등과 같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자기표현 방식 중 온라인을 선택한 것은 아이들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아이의 온라인 생활을 무턱대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어른들은 온라인상에서 아이들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고 싶어 하지만, 실제 아이들은 아무 데서나 자신을 다 공개하고 까불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온라인에서 공격을 받거나,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 수 있냐"고 타박하기 전에 아이를 안고 "함께 문제를 헤쳐 나가자"고 말할 것을 권했다.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 가운데,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부모가 자신과 함께할 것이라는 신뢰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공부하라
_아이가 게임에만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면, '무조건 게임 하지 마'라고 하기 전에 왜 게임에서 의미와 충족감을 느끼게 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현실 생활에서 그만큼 별다른 가치와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와이즈먼은 인터넷에서 아들이 빠진 게임을 검색하고, 유튜브에서 게임 동영상을 찾아보는 등 그것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래야 아이가 그 게임으로부터 무엇을 위안받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로잘린드 와이즈먼은…
미국 최고의 청소년 전문가라 불린다. 그동안 몰랐던 소녀들의 리얼한 세계를 그린 『여왕벌과 추종자들』, 소년들의 가혹한 세계를 파헤친 『아들이 사는 세상』을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미국 보건사회복지부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청소년 문제에 대한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기획_지희진, 조한별, 최은영 기자, 김성주, 이혜진(프리랜서) 사진_문덕관, 하지영, 강민구(Studio lamp)
여성중앙 2014 4월호
< 저작권자ⓒ제이 콘텐트리 여성중앙.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사춘기 아이들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금은 공공연히 사용하는'중2병'이란 말은 일본으로부터 시작됐고, 미국은 몇 년 사이 사춘기 아이들을 탐구한 책들이 주목을 받으며'10대 세계'가 연구?토론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다양한 담론 가운데'사춘기 아이들은 골칫덩어리' '사춘기 반항심은 호르몬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소년, 소녀들이 사는 혹독한 세계를 리얼하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흥미로운 시각이 눈에 띈다.
미국의 사춘기 아이들의 문제에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미국에서 십대를 가장 잘 이해한다고 평가받는 청소년 전문가 로잘린드 와이즈먼이다. 와이즈먼이 처음 내놓은 화두는 소녀들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실제 소녀들이 사는 세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아 펴낸 책 『여왕벌과 추종자들』(Queen Bees and Wannabes; 소녀들 세계에서의 계급을 뜻한다)은 출간 후 베스트셀러가 됐고, 드물게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으로 만들어져 소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책, 영화 등을 통해 그동안 10대 소녀들을 옭아맸던 불문율을 언급함으로써 소녀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도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여기서 소녀들의 불문율이란, 일단 외모적인 면을 살펴보면 '섹시하면서 깡말라야 하고, 친구들 사이에선 튀어 보이도록 반드시 남자 친구가 있어야 한다' 등이다.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에게 쥐어지는 바비 인형, 브라츠 인형 등의 모습 뿐 아니라 '여자라면 ~해야 한다'는 사회의 메시지 속에 소녀들은 항상 규제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규제와 강압적인 메시지 속에서 소녀들은 부모와 갈등을 빚고 자기가 속한 그룹에서 계급을 나누게 된다. 이렇게 사춘기 소녀들의 세상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소년들의 세상을 알고 싶다는 의견이 빗발쳤고 이에 와이즈먼은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경험을 더해 책 『아들이 사는 세상』을 펴냈다.
160명의 소년들을 심층 인터뷰해 만든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도 번역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워싱턴 D.C에 머물고 있는 와이즈먼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세상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물었다.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위로받기 원하는 아이들
소년, 소녀들은 왜 사춘기에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될까. "14세에서 16세 사이의 아이들은 사회나 주변의 시스템을 스스로 인지하게 되고, 그것을 따르던 따르지 않던 대부분 그것에 대해 강한 의견을 드러낼 만큼 성숙해집니다. 그런데 주위 어른들이 자신들의 의견에 대해서, 혹은 기분을 나타낼 권리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경험이 쌓였을 때 아이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원인이 되죠."
아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와이즈먼은 반항적으로 보이는 것과 적대적으로 보이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반항적인 것은 주변 사람들이 정해 놓았거나 허락한 방법, 또는 기대하는 길과는 다른 길로 가려고 하는 거예요. 그것은 부모나 사회에 나쁜 마음을 품고 하는 행동이 아닐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심한 반항을 하더라도 그 숨은 의미를 이해한다면, 아이가 하는 표면적인 행동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 진심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와이즈먼은 남자아이의 세상과 여자아이의 세상을 분리해 탐구했지만 "결국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표현하는 행동이 다를 뿐, 필요한 것은 같다"고 말했다.
그 시기에 모든 아이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고, 건강한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 그래서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받기 쉽지만, 그만큼 격려와 위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
"남자아이, 여자아이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진심으로 다가가 그들의 세상을 관찰하는 거죠.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진정성을 갖고 물어봐주는 것이 소년, 소녀들이 원하는 겁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려 하거나, 어린 아이 취급을 하며 무시하는 거죠. 부모부터 아이들을 둘러싼 모든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을 압박하는 규칙 상자들을 살필 것
그렇다면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사는 세상은 어떻게 관찰해야 할까. 와이즈먼은 소년, 소녀를 가두는 '남자 규칙 상자' '여자 규칙 상자'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집단에서 강요하는 성적 규율, 기대감들에 둘러싸여 자라게 된다.
여자라면 "여자답게 행동하라", 남자라면 "남자답게 행동하라"는 식이다. 이런 메시지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사고와 말,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것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사춘기에 갈등으로 빚어지게 된다.
와이즈먼은 재밌는 실험을 했다. 사춘기 남학생들에게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행동할까요?"라고 물은 것.
아이들은 칠판에 그려진 상자 안에 '재미있다' '강인하다' '나태해 보이는데 성적이 좋다' '냉정하다' '돈이 많다' '키가 크다' 등의 대답을 썼다. 반대로 '항상 무시당하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행동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아이들의 대답을 상자 밖에 정리하면, '눈치가 없다' '신체?정신적 결점이 있다' '가난하다' '스타일이 후지다' '고자질한다' '여자애처럼 군다' 등이었다.
남자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자 규칙 상자'('폴 키벨'의 패러다임)에 맞게끔 행동하고 말해왔던 것. 이 남자 규칙 상자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압력을 가한다. 아이들 스스로 상자 안 속성에 많이 부합하는 아이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상자 밖 속성이 많은 아이들은 무시하게 되는 것.
이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계층 구조가 생기기도 한다. 대개는 남자 규칙 상자의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상위 10%층과 '일반 대중' 역할의 75%, 맨 아래에 위치하지만 집단에 강하게 소속돼 있는 바닥층 10%, 다양한 이유로 경계를 맴도는 경계층 5%로 구성된다고 한다.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자다움의 가치를 많이 갖춘 아이가 우두머리가 되고, 그 아래로 준우두머리, 경호원, 개그맨, 샌드백, 챔피언 등의 역할을 맡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많은 어른이 암묵적으로 규칙 상자 안의 속성을 많이 갖출수록 성공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자아이들에게도 여자 규칙 상자가 작용하고 그것이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가혹한 세상을 만든다. 하지만 많은 엄마가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성적 취약함, 안전 등에 대해 미리 걱정하기 때문에 기존 규칙 상자 안의 메시지들에 대해 의식적으로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딸이 핑크색이 좋다고 하면, "여자들도 어떤 색이든 좋아할 수 있다"고 말하고, 누군가 딸의 몸무게를 언급하면 그 말을 막고 다른 좋은 점을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들을 둘러싼 메시지에는 둔감한 엄마가 많다.
어릴 때 총과 로봇을 가지고 놀다, 사춘기가 되면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남자다운 외모를 갖추기를 원하는 식.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들이 아이들을 규칙 상자 속에 가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건강한 가치관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어떻게 규칙 상자 속에서 꺼낼 수 있을까. 와이즈먼은 먼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 속에 규칙 상자의 메시지와 속성이 들어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것을 권했다.
"예를 들어 조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아들에게 '키가 참 크다' '덩치가 좋다'고 자주 말한다면 '아이가 얼마나 키가 큰지 보다 잘하는 걸 칭찬해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아이의 진짜 멋진 점은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거예요'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아들은 '남자다움'에 대해 강요받는 대신, 자신이 잘하는 것에 대해 엄마가 기특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게 되죠."
이렇게 작은 행동과 말이 아이의 성장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싶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 사춘기를 현명하게 나는 데 도움을 준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자신을 개별적 존재로 가치 있게 여긴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문제에요. 물론 이것은 부모의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저도 11세, 13세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데,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고민을 안고 삽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제게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는 거죠. 그 시기의 아이들은 거만한 것을 '남자다운 것'으로 착각하곤 하지만,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자신감이 넘치는 것'과 거만함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모르는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은 부족한 게 아니고,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일러줄 필요가 있어요.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는 것도요. 건강한 가치관에 대한 대화가 많이 필요하죠."
와이즈먼은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식에게 전해줘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많은 부모가 어른을 공경하고, 학교 생활을 잘하며,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자랑스럽게 생활하기를 원해요. 아마 한국의 많은 부모도 그렇겠죠. 하지만 표면적인 부분에서 성공하는 것(좋은 성적을 내거나, 여러 분야에서 성취감을 느끼거나,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 등)과 아이가 의미를 갖는 것(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것 등)은 큰 차이가 있어요. 이 부분이 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느끼기에 부모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본인들의 욕심을 위해 자신이 성공하길 원하는 것 같다면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가능성이 크죠."
갈등을 일으키기 전, '감정 소통'하는 법
와이즈먼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그 가족만의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힘든 시기에, 쉽지 않은 주제를 놓고 대화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 관해 아는 것, 부모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음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고민되는 상황에 조언을 구하는 것 등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고 문제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감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와이즈먼은 자녀와 부모, 혹은 갈등을 빚은 사람끼리 분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SEAL' 전략을 소개했다.
첫째는 '일단 멈추고 상황 설정하기'(Stop and Set it Up)다. 심호흡을 하고 보고 듣고 생각하라. 상대를 공개적으로, 사적으로 대면할지를 생각한다.
둘째는 '설명하기'(Explain)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걱정되는 일인지 아닌지 등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진술해본다.
셋째는 '확인하고 인정하기'(Affirm and Acknowledge)로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당신이 문제에 일조했다면 인정한다.
마지막은 '마감하기'(Lock in)로 상대방과 어떤 사이로 지낼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물론 이 전략이 항상 통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갈등 해결의 시작임은 분명하다.
아이의 사생활, 어떻게 접근할까
많은 엄마가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등에 빠져 사는 아이를 구출해내고자 시간 규제를 하거나 금지령을 내리느라 바쁘다. 하지만 와이즈먼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춘기 문제에 집중하는 사이에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진짜 문제 요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SNS,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
_와이즈먼은 아이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열심히 하는 것은 "공원이 많은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친구들이 모두 모인 것 같은 한 공원에 가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말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온라인 활동에 대해 큰 문제점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옷, 음악 등과 같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자기표현 방식 중 온라인을 선택한 것은 아이들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아이의 온라인 생활을 무턱대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어른들은 온라인상에서 아이들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고 싶어 하지만, 실제 아이들은 아무 데서나 자신을 다 공개하고 까불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온라인에서 공격을 받거나,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 수 있냐"고 타박하기 전에 아이를 안고 "함께 문제를 헤쳐 나가자"고 말할 것을 권했다.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 가운데,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부모가 자신과 함께할 것이라는 신뢰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공부하라
_아이가 게임에만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면, '무조건 게임 하지 마'라고 하기 전에 왜 게임에서 의미와 충족감을 느끼게 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현실 생활에서 그만큼 별다른 가치와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와이즈먼은 인터넷에서 아들이 빠진 게임을 검색하고, 유튜브에서 게임 동영상을 찾아보는 등 그것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래야 아이가 그 게임으로부터 무엇을 위안받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미국 최고의 청소년 전문가라 불린다. 그동안 몰랐던 소녀들의 리얼한 세계를 그린 『여왕벌과 추종자들』, 소년들의 가혹한 세계를 파헤친 『아들이 사는 세상』을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미국 보건사회복지부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청소년 문제에 대한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기획_지희진, 조한별, 최은영 기자, 김성주, 이혜진(프리랜서) 사진_문덕관, 하지영, 강민구(Studio lamp)
여성중앙 2014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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