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소련의 해체.
기영에게.
자, 조금 놀랐지?
셀주크 투르크나 아바스 왕조는커녕 이슬람이 창시되기도 전 사람이었던 유스티니아누스와,
셀주크 투르크가 아닌 오스만 투르크가 멸망하기 직전에 성립됐던 소련 사진이 나왔으니까.
한마디로 두 사진 모두 셀주크 투르크와 전혀 관련없는 사진들인데...
이 사진들을 왜 보여주었는지, 이야기해볼게.
먼저 유스티니아누스는, 개인적으로 몹시 불만이긴 하지만 비잔틴 제국의 전성기 시대의 황제라고 평가받고 있어.
그리고 유스티니아누스의 재위기간은, 527년부터 565년까지다.
그런데 동로마 제국. 즉 비잔틴 제국의 존속기간은 4세기 무렵(보는 사람에 따라 로마 제국의 수도가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진 330년, 동부 로마 제국의 첫번째 황제가 즉위한 395년 등 여러 주장이 있음)부터 1453년까지란 말이지...?
그러니까 크게 봐서 비잔틴 제국은 국가 초반에 반짝 빛나고, 기나긴 그림자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이런 식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셀주크 투르크도, 이와 마찬가지였어.
1037년에 건국되고 1063년부터 1092년까지가 황금기였지만, 완전히 멸망하는 것은 1308년의 일이었거든.
알프 아르슬란과 말리크 샤, 니잠 알물크 등이 밝힌 빛 역시, 그림자가 길었다는 말이지.
소련에 대한 사진은, 오늘날 소련이 러시아 등 열 다섯 개의 국가로 조각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런데 셀주크 투르크 역시, 이와 같은 길을 걸었다.
말리크 샤가 세상을 떠난 이후, 소련처럼 공중분해되어버렸거든.
그 이유는, 명재상 니잠 알물크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후계자 문제였어.
말리크 샤가 세상을 떠난 이후, 셀주크 투르크는 말리크 샤의 아들들, 말리크 샤의 동생 투투쉬 1세에게 나누어졌다가 투투쉬의 아들들에게 또 나누어졌어.
그야말로 난장판 그 자체였다는 말인데...
기간도 길고 이 와중에 세계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사건도 일어났고 하니, 간단간단히 언급만 하는 정도로 넘어가도록 할게.
(일일이 설명하려면 오스만 투르크 이야기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기에, 압축...)
말리크 샤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인 1088년, 로마 교황청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됐어.
프랑스인으로서는 최초의 교황이었고 본명은 오동 드 라제리인 그 교황의 이름은, 우르바누스 2세.
그리고 재위 8년째인 1095년, 우르바누스는 클레르몽 공의회라는 종교회의에서 역사에 남는 연설을 한다.
「예루살렘, 안티오크를 비롯한 도시들에서 기독교도가 박해를 받고 있다. 신을 믿지 않는 투르크인은 그칠 줄 모르고 콘스탄티노플로 다가오고 있다. 성지의 형제들을 구하자, 서유럽의 기독교도들이여. 지위가 높건 낮건, 재산이 많건 적건, 기독교도의 구원에 힘쓰자. 신은 그대들을 인도하실 것이다. 신의 정의를 위하여 싸우다 쓰러지는 자는 죄의 사함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연설을 들은 유럽인들은, 기사건 농민이건 왕이건. 그야말로 너나 할것 없이 '신이 원하신다!' 라고 외치며 동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어.
십자군 원정이, 시작된 거지.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십자군 연설을 하는 우르바누스 2세.
여러 나라로 분열된 이슬람 세력은 몇 차례의 십자군 원정군을 막아내긴 했지만, 그건 이미 셀주크 투르크의 작품이 아니었다.
1차 십자군을 상대한 국가는 셀주크 투르크에서 떨어져 나온 룸 술탄국이었고, 십자군 국가 가운데 하나인 에데사 백국을 공격해 2차 십자군의 원인을 제공한 이마드 앗 딘 장기는 셀주크 투르크에서 떨어져나와 장기 왕조라는 나라를 세웠으니까.
그리고 십자군 시대 이슬람 지도자로 이름이 높은 인물 가운데 하나인 누르 앗 딘(누레딘)은, 장기의 아들이었고.
또 3차 십자군 원정 때 잉글랜드의 사자심왕 리처드 1세에 맞섰던 살라흐 앗 딘(살라딘)은, 누르 앗 딘의 부하로 이집트를 정복해 아이유브 왕조를 세우고 옛 셀주크 투르크의 영토 가운데 하나였던 시리아를 정복했다.
이후 셀주크 투르크령이었던 그루지야와 아르메니아도 독립했고,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도 셀주크 투르크의 약화를 틈타 독립해버렸어.
결국 셀주크 투르크라는 나라는, 1308년에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1100년, 1200년, 1300년의 셀주크 투르크.
Seljuk Sultanate, Seljuks라고 쓰여있는 부분이 셀주크 투르크이며,
1300년의 지도에는 이미 나오지 않는다.
Sultanate of Khwarezm이 호라즘 왕조, Seljuks of Rum이 룸 술탄국,
Abassid Caliphate가 아바스 왕조, Il-Khanate가 일 칸국이다.
흔히 셀주크 투르크가 1194년에 멸망했다고 보는데,
셀주크 투르크에서 갈라져나온 마지막 지방정권의 붕괴는 1308년이었고 여기서는 이것을 따르기로 한다.
셀주크 투르크의 이런 모습, 아바스 왕조와 많이 닮았지 않아?
아바스 왕조가 칼리프가 힘을 잃으면서 갈기갈기 찢겼듯이 셀주크 투르크 역시 후계자 문제로 여러 나라들로 분열되어버렸으니까, 꼭 그 꼴이지.
이런 걸 보면, 역시 역사는 반복되나...? 라고 생각하게 돼.
사실, 이번 편지가 조금 짧은 데에는 이유가 있어.
이 다음에 쓸 부분이 조금 길어서, 다음번 편지로 돌리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거든.
바로, 셀주크 투르크를 이은 국가들에 대한 이야기야.
알프 아르슬란, 말리크 샤, 니잠 알물크라는 세 사람이 공들여 만들어낸 유리구슬 셀주크 투르크.
하지만, 후계자 문제라는 충격이 그 유리구슬을 산산조각내고 말았는데...
하지만 그 산산조각 가운데도, 유난히 빛나는 조각 세 개가 있었어.
다음 편지에서는, 그 세 조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게.
그리고 그걸로, 셀주크 투르크 이야기는 끝날 것 같다.
그럼 그때까지,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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