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정일남
꽃 파는 상점 앞을 지나면 거기 우수를 핥고 있는
내 언어의 욕망들은 피어있네
어긋난 인연의 몹쓸 사랑도 너는 피어 있느냐
꽃들은 저마다 실연(失戀)한 얘기를 들으려고 눈을 껌벅이네
시(詩) 한 편을 팔아 꽃을 사면 여자는 두근거리게 좋아했지
내 시는 밥상과는 거리가 멀고 쌀통을 비운 채 춤추었네
가련한 꽃들아
허기진 사랑들아
슬픔이 꽃을 찾아가는 도중에
우연히 슬픔끼리 만나 오누이처럼 다정했지
꽃들은 남의 잔치만 축하해주었지
자신들의 돌잔치는 없었네
무덤이 반달 같이 생긴 것은
살아온 자의 삶이 겨우 반만 완성한 때문인데
조문 가는 꽃다발은 말이 없었네
내가 끼어들 말이 도망갔다네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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