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 강세환
아침 동틀 무렵
어머니는 아버지 잠바를 걸치고
잠든 우리들 머리맡을 지나
돈 벌러 어판장에 나갔다
겨울 내내 어머니는 바다를 상대로
허기진 살림을 꾸려 나갔다
저녁 해질 무렵
아버지는 술집에 가서 소주를 마시고
나와 동생에게 막국수를 삶아 주었다
겨울 내내 아버지는 바다를 등진 채
낡은 그물만 손질하였다
그러나 그러나 겨울 새벽 포구에는
뱃사람들이 속 쓰리는 배를 움켜쥐고
거칠게 노를 저으며 바다를 향해 떠나갔다
그해 겨울 바다에는
밤마다 눈이 하염없이 내렸고
고깃배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너무나 배가 고팠다
- 강세환 시집 < 월동추 > 창작과비평사 1990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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